최근 좋은 기회로 팀에서 만들고 있는 서비스를 다른 실에 공유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실장님들과 사업추진팀만 모인 자리였다. 내가 앉기에는 조금 큰 자리처럼 느껴졌지만, 그래서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사실 그동안에는 내가 속한 팀과 실에서 개발하는 서비스만 깊이 이해하면 도메인 지식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서비스의 흐름을 알고, 어떤 데이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이해하고, 취약한 지점을 짚어낼 수 있으면 됐다고 여겼다.
그런데 그날 회의에서 본 풍경은 달랐다. 다른 실에서 만들고 있는 서비스와 우리 서비스의 접점을 짚어내고, 내가 존재조차 모르고 있던 회사의 다른 서비스와 연결해 의견을 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같은 서비스를 두고도 전혀 다른 지도를 펼쳐놓고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우리 팀이라는 한 지점에 서서 그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그분들은 회사 전체의 지도를 펼쳐두고 우리가 어디쯤 놓여 있는지를 보고 있었다.
팀 안에서 돌아가는 흐름과 서비스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만든 기능이 사내 어떤 서비스와 맞닿아 있는지, 다른 실의 결정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모른 채로는 아무리 깊이 알아도 결국 좁은 범위의 전문가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깊이와 넓이는 서로 다른 축이다. 그동안 나는 깊이만 파고들면 자연히 시야도 넓어질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넓이는 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당장 회사의 모든 서비스를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 서비스와 맞닿아 있는 경계선부터 하나씩 살펴봐야겠다. 우리 쪽 데이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누가 그것을 받아 쓰고 있는지 알아보려 한다. 그 경계를 이해하고 나면 다음에 비슷한 자리에 앉았을 때는 나도 한마디쯤 보탤 수 있지 않을까.